반려견과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다가 무심코 아이의 발을 들어 올렸을 때, 마룻바닥을 디딜 때마다 짤랑거리며 소리를 내는 길쭉한 발톱을 발견하면 보호자는 속으로 ‘아, 또 발톱 깎을 때가 되었구나’ 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된다. 발톱 정리는 긁힘 방지와 관절 변형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위생 관리지만, 초보 보호자들에게는 강아지 미용 과정 중 가장 진땀을 빼고 공포스러운 순간 1순위로 꼽힌다.
나 역시 예전에 우리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펫숍 원장님이 하듯 슥슥 시원하게 발톱을 잘라주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발톱깎이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발을 움찔거렸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발톱 끝을 툭 잘라냈는데, 순간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며 아이가 비명을 지르듯 자지러지게 울어버렸다. 그날 이후로 아이는 내 손만 가까이 와도 하악질을 하듯 발을 숨기며 극심한 발톱 깎기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날의 아픈 실수를 계기로 강아지 발톱의 해부학적 구조와 안전한 커팅 요령을 뼛속 깊이 공부하게 되었다.
강아지 발톱을 깎을 때 초보 보호자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는 불투명한 발톱의 길이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채 욕심을 부려 툭툭 깊게 잘라버리는 것이다. 강아지의 발톱 안쪽에는 신경과 혈관이 지나가는 '혈관(Quick)'이 존재하는데, 이를 하얗거나 검은 발톱 너머로 보지 못하고 바짝 자르다가 피를 보게 된다. 한 번이라도 깊게 잘려 피가 나고 통증을 느낀 강아지는 발을 만지는 것조차 극도로 거부하게 되며, 이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이어져 나중에는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에게 지옥 같은 시간이 된다.
피를 내지 않고 안전하게 발톱을 깎아주는 단계별 요령은 다음과 같다.
발가락과 발톱 구조 파악하기 밝은 조명 아래에서 반려견의 발톱을 살핀다. 투명한 발톱은 안쪽에 분홍빛으로 혈관이 비쳐 보이지만, 검은색 발톱은 혈관 위치가 눈으로 확인되지 않아 훨씬 까다롭다. 검은 발톱은 단면을 잘라갈 때 가운데 작은 흰색 점이나 촉촉한 회색빛 점(혈관 입구)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자르면 안 된다는 신호다.
전용 발톱깎이(니퍼형 또는 가위형)와 지혈제 준비하기 사람용 손톱깎이는 발톱을 짓누르며 자르기 때문에 으스러지는 충격을 준다. 반드시 반려동물 전용으로 날이 잘 드는 가위형 또는 니퍼형 발톱깎이를 준비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물용 지혈제(스타틱 파우더)와 화장솜을 미리 손 닿는 곳에 세팅해 둔다.
조금씩 나누어 끝부분만 둥글게 깎기 한 번에 훅 자르려고 하지 말고, 발톱 끝의 뾰족한 갈고리 부분부터 1밀리미터씩 얇게 여러 번에 걸쳐 사선으로 깎아낸다. 발톱은 자라면서 혈관도 함께 자라기 때문에, 평소에 자주 조금씩 다듬어주어야 혈관이 뒤로 물러나면서 짧고 예쁜 발톱을 유지할 수 있다.
발톱 갈이(그라인더)로 부드럽게 마감하기 발톱깎이로 자른 단면이 날카로우면 마루에 긁히거나 옷에 걸릴 수 있으므로, 저소음 반려동물 전용 발톱 그라인더(갈이)를 이용해 거칠어진 단면을 둥글고 매끄럽게 다듬어준다. 이때 소리에 놀라지 않도록 전원을 켠 채로 간식을 주며 적응시키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친 직후 아낌없는 폭풍 칭찬과 보상 발톱 정리가 끝난 직후에는 고생한 아이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특식 간식을 급여한다. 발을 만지고 발톱을 깎는 행위가 끝나면 반드시 엄청난 보상이 따른다는 기억을 심어주어야 다음 세션이 수월해진다.
여기서 반드시 주의해야 한계와 예외도 있다. 만약 보호자의 부주의나 아이의 거부로 인해 발톱 피를 보게 되었다면, 당황해서 아이를 다그치지 말고 미리 준비한 지혈제를 화장솜에 묻혀 꾹 눌러 지혈해야 한다. 하지만 지혈을 했음에도 출혈이 5분 이상 멈추지 않거나 아이가 계속해서 극심한 통증으로 다리를 절뚝인다면 홈케어를 멈추고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또한, 검은 발톱이라 도무지 혈관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다면 집에서 무리하게 자르지 말고 미용실이나 동물병원에 방문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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