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로망의 정점은 두 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나란히 창가에 앉아 식빵을 굽거나 서로의 그루밍을 해주는 평화로운 다묘 가정의 풍경일 것이다. 외동묘가 심심할까 봐, 혹은 너무 예쁜 아이를 우연히 구조하거나 입양하게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데려왔지만, 현실은 시시각각 하악질과 털 뿜뿜 경전쟁이 벌어지는 지옥도가 펼쳐지기 쉽다. 고양이는 철저한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낯선 동반자가 나타나는 상황을 생존을 위협하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
나 역시 예전에 첫째 고양이가 3살이 되었을 때 외로워 보인다는 이유로 작고 귀여운 둘째 코숏 아가를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집에 데려왔다가 끔찍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이동장을 열자마자 첫째는 눈이 찢어지게 커지며 하악질을 했고, 둘째는 겁에 질려 방 구석에 웅크린 채 일주일 내내 밥도 먹지 못했다. 결국 둘 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방광염 증세가 와서 동물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 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고양이 행동학에서 말하는 올바른 합사 프로토콜을 뼈저리게 연구하게 되었다.
다묘 가정 합사를 시도할 때 초보 집사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거실 한복판에서 곧바로 마주치게 하거나, "너희끼리 알아서 친해지겠지" 하며 같은 공간에 방치하는 것이다. 이는 서로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적대감을 심어주며, 심한 경우 서로를 향해 뜯고 물어뜯는 유혈 사태로 이어져 합사 자체가 영원히 불가능해지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실패 없는 다묘 합사를 성공시키기 위한 단계별 순서는 다음과 같다.
완벽한 공간 분리 (철저한 격리) 새로운 고양이가 집에 도착한 첫날부터 기존 고양이와 절대 마주치게 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아이는 문이 닫힌 별도의 방(게스트룸이나 안방)에 밥그릇, 물그릇, 화장실을 완벽히 세팅하여 안심할 수 있는 독립 영역을 만들어준다.
냄새 교환을 통한 페로몬 익히기 (체취 교환) 직접 만나기 전 서로의 냄새에 익숙해져야 한다. 각 아이들이 쓰던 담요나 수건을 서로의 방에 교환해 두어 냄새를 맡게 하고, 밥을 줄 때 상대방의 담요를 밥그릇 근처에 두어 '저 냄새 = 맛있는 밥과 좋은 일'이라는 긍정적 인식을 심어준다.
시각 차단망(모기장 문)을 통한 첫 대면 냄새에 익숙해졌다면 방 문 사이에 투명한 아크릴판이나 튼튼한 방충망(모기장 문)을 설치하여 서로의 실루엣과 움직임을 관찰하게 한다. 이 단계에서 하악질을 하거나 경계하더라도 억지로 떼어놓지 말고, 맛있는 습식 간식을 주며 시각적 노출을 짧게 시작해 점차 늘려간다.
중립 구역에서 짧은 대면과 사냥 놀이 방충망 문을 열고 두 아이가 같은 공간(거실 등)에 머물도록 하되, 낚싯대 장난감으로 양쪽의 시선을 분산시켜 동시에 사냥 놀이를 진행한다. 놀이에 집중하면서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풀고 공간을 공유하는 경험을 쌓게 한다.
완전한 합사와 자원 분산 배치 서로 하악질이나 공격성 없이 평화롭게 밥을 먹고 공존하는 모습이 확인되면 공간을 완전히 오픈한다. 단, 다묘 가정에서는 자원 독점을 막기 위해 화장실, 물그릇, 밥그릇의 개수를 '고양이 마릿수 + 1개' 이상으로 집안 여러 곳에 분산 배치해야 싸움을 예방할 수 있다.
여기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한계와 예외도 있다. 위와 같은 체계적인 단계별 합사 과정을 거치더라도, 고양이의 성향이나 나이 차이, 영역 본능이 지나치게 강한 경우에는 홈케어 방식만으로는 몇 달이 지나도 합사가 불가능할 수 있다. 만약 한쪽이 지속적으로 공격성을 보이며 다른 아이를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괴롭히거나 자해 수준의 스트레스 증세를 보인다면, 홈케어의 한계를 인정하고 전문 행동교정 수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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