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 살다 보면 목욕을 시킬 때나 평소 냄새를 맡을 때 슬며시 올라오는 꼬릿한 냄새 때문에 귀 상태를 들여다보게 된다. 귓바퀴 안쪽이 붉어져 있거나 갈색빛 분비물이 묻어 있으면 보호자는 깜짝 놀라 급하게 화장대 서랍에서 면봉을 꺼내 들기 마련이다. 눈에 보이는 귓속의 때를 시원하게 파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습관 때문에, 사실 많은 반려견들이 의도치 않은 귓병 악화의 고통을 겪고 있다.
나 역시 예전에 우리 아이 귀에서 살짝 냄새가 나고 갈색 분비물이 보이길래, 인간용 면봉에 귀 세정제를 듬뿍 묻혀 귓구멍 깊숙한 곳까지 꾹꾹 집어넣어 구석구석 닦아낸 적이 있다. 그날 저녁 아이가 귀를 앞발로 미친 듯이 긁어대더니, 다음 날 아침에는 귀를 만지지도 못하게 으르렁거리는 바람에 급하게 동물병원에 뛰어갔던 아픈 기억이 난다. 수의사 선생님에게 들은 진단은 충격적이게도 '면봉으로 인한 외이도 상처 및 2차 세균 감염'이었다. 그날 이후로 강아지 귀 구조와 올바른 청소법에 대해 완전히 다시 배우게 되었다.
반려견 귀 청소를 할 때 초보 보호자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는 사람처럼 면봉을 귀 안쪽 깊숙이 집어넣어 안쪽의 귀지를 밖으로 파내려고 하는 것이다. 강아지의 이도(귀 통로)는 사람과 달리 'L자 형태'로 꺾여 있어서, 면봉을 깊이 넣으면 귀지가 밖으로 나오기는커녕 오히려 고막 쪽으로 더 깊숙이 밀려 들어가 뭉치게 된다. 또한, 귓속 연약한 피부에 면봉 마찰이 가해져 미세한 상처가 생기면 습하고 따뜻한 귀 내부 환경과 맞물려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기 가장 좋은 귓병(외이염)의 온상이 된다.
안전하고 올바른 반려견 귀 청소를 진행하는 단계별 요령은 다음과 같다.
전용 이어클리너 준비 및 체온 맞추기 반드시 동물용으로 허가받은 귀 세정제(이어클리너)를 준비한다. 차가운 액체가 갑자기 귀에 들어가면 아이가 놀라 자지러질 수 있으므로, 사용하기 10~20분 전에 미리 실내 온도에 두거나 손에 쥐어 미지근하게 만들어준다.
귓구멍에 세정제 충분히 채우기 귀를 위로 살짝 들어 올린 뒤, 귓구멍 안쪽으로 이어클리너를 아낌없이 넉넉하게 짜 넣는다. 이때 병 끝이 귓속 피부에 직접 닿아 오염되지 않도록 살짝 거리를 두고 떨어뜨려 넣는 것이 위생적이다.
귀 밑 부위 마사지하기 세정액을 넣은 즉시 귓구멍 입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막고, 귀 밑쪽(외부에서 만져지는 물렁뼈 부위)을 '철벙철벙' 소리가 나도록 부드럽게 1~3분간 마사지해 준다. 이 과정은 이도 안쪽에 엉켜 있던 귀지와 노폐물이 액체와 섞여 자연스럽게 불어나도록 돕는다.
고개 흔들기 유도하기 마사지가 끝나면 손을 떼고 아이가 스스로 머리를 세차게 흔들도록 내버려 둔다. 이 과정에서 이도 안쪽 깊숙이에 있던 불순물과 잔여 세정액이 원심력에 의해 바깥쪽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겉면에 묻은 분비물 닦아내기 귀 밖으로 튕겨 나온 노폐물과 귓바퀴에 남은 물기를 부드러운 화장솜이나 거즈를 손가락에 감아 가볍게 닦아낸다. 이때 절대 깊은 곳까지 면봉을 넣지 말고 눈에 보이는 귓바퀴 주름만 훔쳐낸다는 느낌으로 마무리한다.
여기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한계와 예외도 있다. 만약 반려견의 귀에서 짙은 황록색 고름이 나오거나, 지독한 악취가 진동하고, 아이가 통증을 느껴 머리를 흔들거나 기울인다면 단순 홈케어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이는 이미 만성 외이염이나 진드기 감염으로 진행된 상태이므로, 집에서 세정제로 닦아내려 하지 말고 즉시 동물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세균 검사와 약물 처방을 받아야 한다. 홈케어는 철저히 평상시 예방과 가벼운 위생 관리 목적일 뿐,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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