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들이라면 아침에 눈을 떠 아이를 마주했을 때, 눈가에 노르스름한 눈꼽이 껴 있거나 코끝에 맑은 콧물이 맺혀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사람처럼 환절기나 기온차가 심할 때 가볍게 감기에 걸린 것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고양이의 호흡기 증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악화되거나 치명적인 바이러스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 역시 예전에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양쪽 눈가에 투명한 눈물이 살짝 고이고 콧등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마른 휴지로 대충 닦아주기만 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끈적한 노란 눈꼽이 가득 끼고, 숨을 쉴 때마다 쌕쌕거리는 거친 소리와 함께 식욕까지 뚝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급하게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진단명은 다름 아닌 고양이 ‘허피스 바이러스(Feline Herpesvirus)’ 감염증이었다. 그날 이후로 고양이 호흡기 질환의 무서움을 깨닫고 초기 증상을 판독하는 기준을 철저히 공부하게 되었다.
고양이에게 눈꼽과 콧물 증상이 나타났을 때 초보 집사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는 가벼운 감기로 오인해 방치하거나, 사람이 쓰는 안약이나 소독약을 임의로 눈에 넣어주는 것이다. 고양이 안구 질환 중 상당수는 각막에 상처(각막궤양)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성분 확인 없이 사람용 안약을 쓰면 각막이 녹아내리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묻어나는 눈꼽을 거친 물티슈로 벅벅 닦아내면 연약한 눈가 피부와 결막에 큰 자극을 주어 염증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고양이 눈꼽과 콧물 증상을 안전하게 대처하고 허피스 초기 증상을 구분하는 단계별 가이드는 다음과 같다.
분비물의 색깔과 양상 관찰하기 초기 단순 감기나 알레르기는 맑고 투명한 눈물이나 콧물이 흐른다. 반면, 허피스 바이러스나 칼리시 바이러스 등 감염성 질환으로 진행되면 분비물이 끈적하고 짙은 황록색(고름 형태)으로 변하며, 재채기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미지근한 생리식염수와 부드러운 거즈로 닦아내기 굳어버린 눈꼽을 억지로 떼어내지 말고, 약국에서 파는 일회용 멸균 생리식염수를 미지근하게 데운 뒤 부드러운 거즈나 화장솜에 적셔 눈가에 살짝 올려 불린 후 결을 따라 조심스럽게 닦아낸다.
실내 습도 및 공기 질 최적화하기 호흡기 점막이 건조하면 바이러스와 세균이 증식하기 훨씬 유리해진다. 가습기를 가동해 실내 습도를 50~60%로 넉넉하게 유지하고, 먼지가 날리는 모래나 강한 방향제는 즉시 치워 호흡기 자극을 최소화한다.
영양 및 수분 섭취 유도하기 콧물이 막히면 고양이는 냄새를 맡지 못해 식욕을 완전히 잃게 된다. 냄새가 강하고 부드러운 습식캔이나 주식 파우치를 살짝 데워 코끝에 갖다 대주어 식욕을 돋우고, 탈수를 막기 위해 음수량을 챙겨준다.
동물병원 방문 및 정확한 안약·처방 받기 증상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결막염, 각막 부종, 기력 저하가 동반된다면 집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즉시 동물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바이러스성 결막염이나 허피스라면 항바이러스 안약과 처방식을 통해 빠르게 증상을 잡아야 만성화를 막을 수 있다.
여기서 반드시 주의해야 한계와 예외도 있다. 고양이 허피스 바이러스는 한 번 감염되면 체내에 평생 잠복하며,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주기적으로 재발하는 만성 질환이다. 홈케어 환경 개선과 세정은 어디까지나 증상을 완화하고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보조적 수단일 뿐 바이러스 자체를 완치할 수는 없다. 만약 아이가 눈을 아예 뜨지 못하거나 밥을 이틀 이상 거부한다면 즉시 전문 수의사의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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